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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시간을 훌쩍 넘긴 퇴근길을 걷는 사이 어느샌가 떡볶이가 먹고싶어진다. 시간도 늦었고 다이어트도 해야 하니 그냥 굶을까 하는데 이미 머릿속에는 근처 떡볶이 집들의 위치와 스타일이 떠오르고 있다. 결국 오늘도 본능에게 승리를 양보하고 이성은 떡볶이 집의 판단을 보조하기 시작한다.
죠스떡볶이는 제일 맛있지만 거리가 먼데다가 한참 돌아가야 하므로 탈락. 김밥천국도 비슷한 이유인데다가 오늘은 제대로 된 떡볶이를 먹을 계획이므로 역시 패스.
그러면 이쪽 길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총 4가지. 먼저 가장 가까운 분식점은 지난번에 먹어본 결과 양도 적고 맛도 없었으므로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그 다음으로 있는 분식점은 간판은 분식인데 분위기가 식당에 가까워 보인다. 무엇보다 밖에서 떡볶이가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한 번 훑어보고 돌아서기로 한다.
이제 시장골목 오거리에서 집으로 가는 길의 반대쪽으로 100미터 이내에 두 개의 분식집이 있다. 하나는 아딸 그리고 하나는 최근에 인식하게 된 분식집이다. 지난번에 시장똑으로 귀가하던 중에 본 기억이 얼핏 나는데 그 뒤로 확인을 하지 않아 확실치 않으므로 확인 후 있으면 들어가고 없으면 아딸로 가기로 한다.
역시 있었다. 가게들 사이에 채 두 평도 안될만큼 작은 공간으로 분식집이 있었다. 떡볶이 판에는 늦은 시간임에도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옆에 앉아 파를 다듬느라 내가 온지도 모르는 주인아주머니를 부른다.
"아주머니 떡볶이 1인분 주세요."
"어서와요. 이게 아까 애들이 다녀가면서 순대를 좀 섞어달라고 했는데 아직 남아있네. 순대도 같이 줘도 괜찮을까?"
확실히 떡볶이 그릇 안에는 순대가 섞어있다. 어차피 요리하는 과정에서 들어간 것도 아니고 다 요리된 이후에 버무리기만 했으니 맛에는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괜찮다며 그냥 달라고 한다.
포장을 준비하는 아주머니에게 먹고 갈 거라고 얘기를 했더니 안에 들어와서 먹고 가라고 한다. 식탁에 자리를 잡고 앉아 포크를 꺼내어 들고 어떤 맛일까 기대하며 떡볶이를 기다린다. 다시 불을 넣어 버무리는 듯 하더니 한그릇 푸짐하게 퍼서 갖다주신다. 떨이 시간이기도 했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도 꽤 많은 양이다. 거기에 덤으로 삶은계란도 하나 넣어주셨다.
일단 떡볶이부터 하나 찍어먹는다. 조금은 심심하다. 간은 충분히 배어들었고 떡은 부드러웠다. 이 집은 양념자체를 약하게 사용하는 모양이다. 워낙 내가 맵짜게 먹는 편이라 강한 맛을 선호하는 편인데 전체적으로 맛이 좀 덜하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개성있는 떡볶이 맛이라 생각하며 부지런히 먹었다. 전광석화와 같은 속도로 먹다보니 어느새 배가 불러오고 그릇은 비어갔다. 말끔하게 먹은 나는 냉온수기에서 물을 몇 컵 받아마신 후 계산을 한다.
"잘 먹었습니다. 얼마 드리면 되요?"
"이천원이에요."
이천원? 분명히 그렇게 들었기에 순간 잘못들었나 생각한다. 요즘 세상에 2천원짜리 떡볶이는 드물뿐더러 아까와 같은 양이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금액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2,500원에서 3,000원을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지갑에서 천원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 드린 후 집으로 가는 길은 싸게 많이 잘 먹었다라는 만족감이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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